추석연휴..
간만에 시골집에 내려 왔으니..
서울서 조각도로 깎는 쪼맨한 장승보단, 끌과 망치로 깎는 큰 장승을 깎아 볼 생각이다...
하지만, 지난 봄에 베어 놓았다는 아까시나무와 오동나무만 보일뿐...
장승 깎을 마땅한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.
하여, 하는수 없이 일전에 장승.솟대 받침대로 사용할려고 아껴두었던 팔뚝만한 쪽동백 나무를 가져와 장승깎기.. 한 판 씨름을 시작한다...
나무가 크려면 크던지.. 아님 차라리 작던지..
나무 크기가 어중간하다보니..
요고이 자세도 안나오고.. 끌질도 쉽지 않다..ㅠㅠ
자리를 깔고 앉아 두발로 나무를 눌러가며.. 끌을 치다보니.. 영 모양새도...ㅠㅠ
그런 내 모습이 우스워 보였는지 아니면 애처럽게 느껴지셨는지..
아버님이 다가오셔서 슬쩍 장승을 잡아주신다.. 헐~
평소엔 말씀도 없으시고.. 아들 장승깎는 것도 못마땅해 하시는 아버님이...
순간... 멈칫.. 몇초간의 시간이 지나고..
아무말 없이 장승깎기는 계속 된다..
말보다는 서로의 마음으로 자세와 조각 부분을 바꿔가며..
혼자 할때 보단 훨 작업이 수월하다.. 끌자국도 매끈하고...ㅎㅎ
첫번째... 두번째... 채 1시간도 안 걸려 장승깎기는 종료..
서울 집에 돌아와 거친 부분을 약간 손 보고서 에어콘 앞에 세워 놓고 사진 한 장을 남긴다. 찰칵!
지금까지 크고 작은 장승들을 많이도 깎아 왔지만..
요놈들 처럼 정이 가는 놈들은 없는 듯하다.
아마도 옆지기나.. 민주.. 민해가 잡아 줬으면..
장승깎는 내내 이렇쿵 저렇쿵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...ㅎㅎ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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